• 2025. 4. 18.

    by. fuzzy4

    1. 몸이 기억하는 마음의 상처

    트라우마는 단순히 ‘기억 속의 사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신체에도 깊이 각인되어, 일상 속 무의식적 반응이나 생리적 변화로 되살아나곤 합니다. 흔히 “이미 지나간 일인데 왜 계속 힘들까?”라고 자책할 수 있지만, 이는 당신의 몸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심리학과 신경과학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트라우마는 뇌뿐 아니라 근육, 내장, 호흡, 심박 등 신체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감정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몸에 반응을 일으키고, 그 반응이 누적되면 만성 통증이나 불면, 과민반응 등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심신 연결(mind-body connection)'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2. 트라우마가 신체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 5가지

    심리적 트라우마가 몸에 미치는 영향: 몸-마음 연결 이해하기
    심리적 트라우마가 몸에 미치는 영향: 몸-마음 연결 이해하기

    1) 과각성 상태 유지

    트라우마를 겪은 후에는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된 채로 유지됩니다. 이는 마치 끊임없이 "위험해!"라고 말하는 경보기가 꺼지지 않는 상태로, 심박수 증가, 근육 긴장, 얕은 호흡 등의 반응을 동반합니다.

    2) 만성 근육통 및 피로

    트라우마 이후 몸은 긴장을 놓지 못한 채 경직된 상태가 지속됩니다. 이로 인해 어깨 결림, 두통, 요통 등 만성 통증이 생기며, 심지어 충분히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기도 합니다.

    3) 소화기계 이상

    장-뇌 축(gut-brain axis)을 통해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는 소화 기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변비, 소화불량 등은 자율신경계 불균형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4) 호흡 패턴의 변화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은 평소에도 무의식적으로 숨을 얕게 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산소 공급을 줄이고, 과호흡 증후군이나 공황 발작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5) 감정 회피 또는 감각 마비

    심리적 고통이 너무 클 경우, 뇌는 생존을 위해 감정과 감각을 차단합니다. 이로 인해 현실이 꿈처럼 멀게 느껴지고, ‘무감각’이라는 방어기제가 형성됩니다. 문제는 이것이 몸의 에너지 흐름도 막는다는 점입니다.


    3. 심신 회복을 위한 실천법 5가지

    1) 바디 스캔 명상으로 감각 회복하기

    바디 스캔 명상은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인식하며 의식적으로 감각에 집중하는 연습입니다. 트라우마 이후 사람들은 자신의 몸과 분리된 느낌을 자주 경험하는데, 이 명상은 그 연결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편안한 자세로 앉거나 누워서 발끝부터 시작해 다리, 복부, 가슴, 팔, 목, 머리까지 천천히 감각을 스캔하듯 관찰해 보세요. 긴장된 부위가 있다면 그 부위를 ‘풀어주려 하기보다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일 단 10분이라도 이 연습을 통해 자신과의 연결을 회복하면, 점차 몸이 주는 신호에 민감해지고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인지하는 능력도 자라납니다.

    2) 깊은 복식호흡과 이완 훈련

    심리적 긴장은 곧바로 호흡 패턴에 영향을 미칩니다. 얕고 빠른 흉식호흡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더 키우고, 반대로 복식호흡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몸을 이완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복식호흡은 배에 손을 얹고 천천히 코로 숨을 들이마시며 배가 부풀어오르게 하고, 입으로 길게 내쉬며 배를 납작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때 ‘하…’ 소리를 내며 내쉬면 훨씬 이완 효과를 크게 느낄 수 있어요. 하루에 아침, 점심, 자기 전 등 3번만이라도 반복하면 몸의 긴장도를 확연히 낮출 수 있으며, 심장박동도 안정되고 감정 조절 능력도 회복됩니다.

    3) 트라우마 중심 요가 또는 태극권 실천하기

    트라우마 요가는 일반적인 요가보다 훨씬 부드럽고 느린 움직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자기 주도성’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특정 자세를 강요받기보다, 지금 내 몸이 원하는 만큼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통제감을 상실했던 경험에서 벗어나 다시 몸에 대한 선택권을 되찾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태극권 역시 부드러운 동작과 심호흡이 결합된 운동으로, 정신적 안정과 에너지 흐름 회복에 도움을 줍니다. 하루 10분에서 15분 정도, 유튜브 등을 활용해 간단한 동작부터 따라 해 보는 것도 충분히 시작이 됩니다. 운동의 강도보다 움직임 속에 머무는 나의 감각에 집중해보세요.

    4) 감정 일기 및 몸의 언어 기록하기

    트라우마로 인해 감정 표현이 막히는 경우, 쓰기 훈련은 감정 해소의 중요한 통로가 됩니다. 단순히 ‘오늘 있었던 일’을 적기보다, 그 상황에서 어떤 감정이 들었고, 몸에서는 어떤 반응이 일어났는지를 함께 적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회의 중에 상사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 들고, 손끝이 차가워졌다.”처럼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언어화’하고, 신체 반응과 연결시키는 훈련은 무의식 속의 억압된 감정을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이 되며, 스스로의 감정에 대해 더 친숙해질 수 있습니다.

    5) 전문가 상담과 함께하는 신체지향 심리치료 시도하기

    혼자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종종 감정이 더 깊이 억눌리거나 왜곡되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회복을 위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됩니다.

    특히 소마틱 테라피(Somatic Therapy), 신체 경험적 치료(SE), 안구 운동 탈감작 및 재처리 치료(EMDR) 등은 몸과 감정을 연결지어 트라우마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이들은 단순히 말로만 상담하는 것이 아니라, 호흡, 감각, 이미지, 움직임을 활용해 신체적 긴장을 푸는 데 집중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안전하게 나눌 수 있는 전문가와 함께하는 회복 여정은, 자존감을 회복하고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습니다.


    4. 결론: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마음이 아프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괜찮은 척’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몸은 언제나 정직하게 반응합니다. 아무 이유 없이 피곤하고, 숨이 가쁘고, 자꾸 아프다면, 그것은 몸이 보내는 구조 요청일지도 모릅니다.

    트라우마는 기억 속 한 페이지로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삶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복은 단순히 과거를 잊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다시 연결해 현재를 살아내는 힘을 키우는 과정입니다.

    우리 몸은 고통을 기억하지만, 동시에 치유의 길도 알고 있습니다. 그 길은 느리지만, 반드시 존재합니다. 내 몸의 감각을 믿고, 작은 신호에도 귀 기울여보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잊지 마세요. 당신은 지금 이 순간,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